입국절차 간단_무비자로 체류 가능한데다 교민 등 많아 적응도 쉬워
허약한 경찰 치안능력_검문 없고 단속 적발돼도 ‘뒷돈 주면 그만’ 인식 퍼져
섬만 7000개, 은신 쉬워_한 섬에 한달씩만 있어도 600년간은 도피 가능해
최근 경기도 한 초등학교 행정실장은 급식비 1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나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사찰 부지를 팔아 거액을 챙긴 밀양의 표충사 전 주지도 필리핀으로 갔으며, 안양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한 일당이 검거된 곳도 필리핀이었다. 도피자들은 왜 필리핀을 택할까.
지난달 2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만난 현지 교민 박모(37)씨는 “10년간 살았지만 경찰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적이 없다. 교통 단속에 걸려도 돈 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필리핀에는 장총이나 권총으로 무장한 제복 입은 남자들이 유난히 많다. 하지만 그들은 경찰이 아니라 사설 경비원이다. 경찰의 치안 장악력이 떨어지다 보니 기업과 은행, 쇼핑몰, 식당 등에선 보안업체에 안전과 사고 예방을 맡긴다.
현지 경찰은 수사 속도가 아주 느려 피해를 당해도 별도의 ‘청탁’을 해야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뒷돈’ 주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여서 마음만 먹으면 기관총도 쉽게 구하는 곳이 필리핀이다.
특히 필리핀에는 섬이 많아 은신처를 구하기 쉽고 여차하면 다른 섬으로 어렵지 않게 옮겨다닐 수 있다. 7000여개의 섬이 있어 한 섬에 한 달씩 머물러도 산술적으로 600년을 도피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사법당국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한 해외도피 사범 1052명 중 129명이 필리핀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러시아·중국·대만을 제외하면 거리상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필리핀이다. 일본·중국·러시아는 경찰·공안(公安)의 위력이 강해 현지에서 돕는 사람이 없으면 도피처로 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필리핀은 입국 절차도 간편해 무비자로 59일간 체류할 수 있다. 일단 필리핀에 들어가면 체류 일정 등을 바꿀 수 있는 여권위조 브로커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교민이나 관광객이 많은 점도 도망자들이 필리핀을 택하는 이유다. 현지 교민만 12만명이 있으며 한 해 100만명의 관광객이 필리핀에 간다.

지난해 필리핀에 온 외국인은 391만명이었는데 이 중 한국인이 95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일본·중국인 순이었다. 필리핀으로 간 범죄인들은 한인 사회에 스며들어 일자리를 구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이렇다 보니 필리핀 현지 교민과 관광객이 도피자들로부터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한인회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현지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고치고 도피해온 사람들로부터 사기 피해 등을 입은 교민을 자주 본다”고 했다. 급기야 재작년 10월 필리핀 경찰청에 ‘코리아 데스크’가 설치됐으며, 올해부턴 한국 경찰관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6/20121116013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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